대구중구노인상담소, "경로당ㆍ복지관 등의 왕따, 데이트 폭력도 심각" 최근 들어 '부부갈등·황혼이혼' '캥거루 자녀' '존속폭력' '부양·간병문제' '왕따·텃세·데이트 폭력' 등 상담을 필요로 하는 노인들이 급증하고 있다.
사진은 대구중구노인복지관에서 열린 마음챙김집단상담 '지금 행복하세요' 모습.(매일신문. 12월 2일자) 왠만한 경우 '성인이 되면 자신의 앞가림 정도는 스스로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는다. 어린이나 청소년들과 달리 성인들이 상담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이다. 심지어 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도 이를 인정하지 않는 사례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인생을 살 만큼 살았고 경륜까지 갖춘 노인들은 어떨까. 듣는 입장에선 사소할 수 있지만 본인에겐 심각한 고민을 "다 큰 어른이 애들처럼 투정을 부린다" "주책이다"며 핀잔을 들을까봐 입을 열기조차 부담스럽다. 그래서 우리사회에서 노인상담은 상당히 드문 편이다. 관심도 많지 않다.
운경복지재단이 대구중구청의 위탁을 받아 2007년 8월 중구노인상담소를 개설한 것이 국내 최초이다. 그후 서울시어르신상담센터, 영등포구노인상담소, 경기도 노인종합상담센터 등이 잇따라 문을 열었고, 올해 3월 대구수성구어르신상담센터(고산노인복지관 내)가 국내 5번째로 신설되었다. 2017년 65세 이상 인구가 678만명으로 14세 이하 인구를 이미 추월했고, 노인 천만명 시대가 눈앞에 닥친 것을 감안하면 너무나 초라한 인프라이다.
대구중구노인상담소 강난미 소장과 김후조 상담팀장을 만나, 요즘 노인들의 고민을 들어보고 자녀 입장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지를 알아봤다.
▶OECD 노인자살률 1위, 마음의 병이 원인! 통계청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대구지역의 80세 이상 1인 가구 증가율은 70.2%로 전국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더욱이 노인가구의 상당수가 저소득층이고, 다양한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또한 거동이 불편하지만 내 집에서 계속 머물고 싶다는 비율이 높다. 이런 열악한 상황 탓에 우울증을 앓을 가능성이 높고,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것이 현실이다.
"명절 전·후로 50~60대 자녀들이 80대 이상 되신 부모를 모시고 상담소를 찾는 사례가 많아집니다. 주로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인 남편의 횡포(?)를 지금까지 참고 지냈지만 더 이상은 못참겠다면서 어머니가 황혼이혼을 주장하는 경우입니다. 자녀 입장에선 황당하고 당혹스럽지만 노인 본인들은 심각합니다. 여성노인들의 주체의식이 높아진 결과이기도 합니다."
강난미 대구중구노인상담소장은 캥거루 성인자녀의 존속 폭력도 심각하다고 말한다. 혼기를 놓치거나 이혼하고 돌아온 자녀들이 나이가 들어 중년이 되면서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우울증이나 분노조절장애를 겪는 사례가 적지 않다. 70~80대 노부모가 제대로 대처하기 벅찰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한 갈등이 존속폭행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밖에 치매뿐만 아니라, 노부부가 함께 살다가 한 명이 아픈 경우에도 문제가 생긴다. 노인이 노인을 간병한다는 것이 너무 힘에 부치고, 그렇다고 요양병원에 보내자니 죄책감이 들고, 자녀들이 간병을 맡을 처지는 안 되고,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상황을 맞는 셈이다.
경로당, 복지관 등 노인 공동체에서 발생하는 '왕따' '텃세' '데이트 폭력' 역시 노인상담의 주요 이슈이다. 특히 최근 들어 크게 증가하는 노인 데이트 폭력의 피해자인 여성노인을 보호할 수 있는 '쉽터' 자체가 아예 없어 대응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남성 독거노인의 경우 대표적인 고독사 고위험군에 속합니다. 요리교실이나 방문상담 등 관련 프로그램 개발이 아주 중요합니다. 사별 초기의 상실감을 극복할 수 있도록 초기독거노인에 대한 적응 시스템 개발 또한 주요 과제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김후조 상담팀장은 "국민연금공단의 후원을 받아 독거노인의 사회적 관계를 활성화 하는 사진 치유 프로그램 '무지개 사진관'을 운영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면서 "무지개 사진관의 성과를 인정 받아 올해 전국사회복지나눔대회에서 최우수상인 보건복지부장관상을 수상했다"고 말했다.
▶"노부모의 사소한 것에 관심을 가져라!" '나이가 들면 어린 아이가 된다'는 옛말처럼 나이 든 부모를 둔 자녀는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강난미 소장은 노인의 행동을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고 강조한다. 노인우울증은 젊은이보다 진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입맛이 없다' '밖에 나가기 싫다' 등의 반응도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TV 볼륨을 크게 틀어 놓는다든지, 깜빡 깜빡 하는 증세 역시 소홀히 지나치지 않아야 한다. '아파트 한 구석에 가만히 쪼그리고 앉아 고개를 숙인 모습'은 치매의 초기증상일 수 있다.
"노인의 말과 행동에는 반드시 그 이유가 있습니다. 대화를 통해 경로당이나 복지관 등의 친구관계를 확인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내 부모가 왕따나 텃세의 피해자가 될 수 있지만 가해자일 수도 있습니다. 무심코 한 말과 행동이 남에게는 큰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김후조 팀장은 "노인들은 외로워할 시간이 많은 만큼, 짧은 안부전화라도 자주 드리는 것이 외로움을 감소시키는 큰 효과를 가져온다"면서 "특히 다른 노인들과 함께 있는 시간에 오는 자녀의 안부전화는 효과가 극대화 된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또 "경증치매 또는 몸이 불편한 노인의 부양이나 간병은 자녀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면서 "장기요양보험, 기억학교, 노-노케어(말벗) 사업 등 각종 사회 정책과 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