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치매 및 노인전문병원’안을 들여다보니(2002. 7.12)
대구월드컵경기장 앞 도로를 따라 경북 경산 방면으로 계속 가다 경북도와의 경계지점 왼쪽편. 도로 바로옆에는 3층짜리 아담한 건물이 시선을 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대구시 수성구 욱수동. 이곳이 대구에서 유일한 「대구시 노인전문병원」이다. 지난달 28일 문을 열고 운영을 시작했다. 정부와 시비, 그리고 이곳의 위탁을 맡아 운영하고 있는 운경재단 곽병원이 예산과 인력을 투자해 만든 곳이다.
지하 1층, 지상 3층의 이 병원은 모두 134병상을 갖추고 주로 치매노인을 입원시켜 치료·재활 및 요양을 도와주는 전문병원. 이제 막 개원해서인지 현재는 26명이 입원을 하고 있다. 대상자는 치매로 고생하거나 노인성 질환을 앓고 있는 분들이다. 연령대는 65세에서 96살까지 인생의 황혼을 맞이 하고 있는 노인들이다.
이곳에는 내과·재활의학과·신경과 전문의, 간호사·물리치료사·임상병리사 등 전문인력과 일반직원 등 모두 50명이 근무한다. 입원환자가 많아지면 최대 95명으로 늘릴 계획.
노인전문병원의 특성 때문에 일반병원에서는 볼 수 없는 시설이 많다. 병원 복도와 병실 바닥은 온돌이 설치돼 있어서 맨발로 왔다갔다 할 수도 있다. 치매노인들은 아무곳이나 가는 것을 감안해 입원실로 가는 엘리베이터는 아무나 탈 수 있지만 내려 오려면 직원들이 열쇠로 문을 열어 탈 수 있도록 돼 있다.
침대도 다른 곳보다 낮아 안정감을 준다. 침대 생활을 거부하는 노인들을 위해서는 병원바닥에 온돌이 설치돼 있기 때문에 매트리스를 침대 대신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2층과 3층의 입원실 중간에는 나무와 꽃을 심은 작은 정원이 있어 노인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휴식도 가능하다. 물리치료센터, 노인병센터, 통증클리닉, 여러 종류의 검사실 등 의료시설도 충실하다.
병원을 찾은 12일 오전 물리치료센터에는 서너명의 노인들이 한글이 씌여진 카드를 보며 기억력을 회복하고 있거나 팔다리 근육 보강운동을 하고 있는 모습이 띄였다. 그중 한명은 「눈물젖은 두만강」을 흥겹게 불러 한가로운 풍경을 연출했다. 노인들 옆에는 자원봉사자나 간병사들이 보살피고 있었다.
간병사를 하기 위해 실습하고 있다는 석인옥(石仁玉·43·여·대구시 중구 동인동)씨는 지난 5년동안 치매로 고생하고 있는 시어머니를 간병하던 일이 있어 치매노인에 관심을 갖게 된 케이스다.
석씨는 『치매로 고생하던 시어머님을 간병하다 이런 곳에 새로 눈을 뜨게 됐으며 노인들을 보살피는 보람이 보통이 아니다』며 『이 일을 하기 위해서는 사랑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담당의사들의 눈과 손도 노인들을 밀착마크한다.
도현철(都炫澈·35) 신경과장은 『치매를 완전히 고칠 수는 없지만 진행을 느리게 하고 노인들이 이곳에서 입원치료를 받는 동안 편안하도록 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는 노인들의 양태도 가지가지다. 하루종일 독백을 하는 노인, 바깥으로 나가기 위해 안절부절하는 사람…. 그래서 2명의 간병사가 노인 6명을 밀착마크 한다.
신발만 보면 간추리거나 찾아 다닌다는 한 할머니는 이날도 신발장을 열심히 뒤지는 모습이 눈에 띄였다. 그에게 재미 있느냐고 물었더니 빙그레 미소로 화답했다. 그리고는 같이 동행한 이태준(李泰俊·47) 행정부장의 어깨 부분을 장난삼아 툭 치는 여유도 보였다.
이태준 부장은 『건물 자체가 안락함과 편안함을 추구하도록 했다』며 『환경설계로 최대한의 배려를 했다』고 말했다.
이곳의 한달 입원치료비는 증상에 따라 다르지만 120만~150만원 정도. 이곳에서는 9월에는 60세 이상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어르신 건강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입원치료를 받을 정도는 아닌 경증의 노인치매 환자를 돌보는 「주간보호센터」도 운영한다.
곽동관(郭東觀) 행정원장은 『앞으로 진료과목을 늘리고 한방진료도 병행하는 한편 병상을 늘릴 계획』이라며 『무료양로원을 포함한 노인복지타운으로 만드는 것이 궁극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박원수기자 (2002. 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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