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노인 보호센터 줄서 대기 (2003. 3.24)
치매 등 육체·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노인 인구 증가가 가정들에 큰 부담이 되면서 이런 노인들을 낮시간 동안이라도 보호토록 국가가 지원하는 주간보호센터의 역할이 커졌다.
◇가정을 지켜주는 보호센터
"할머니, 이 색종이는 무슨 색입니까?" "그 색깔 참 곱네...". 어느날 오전 11시쯤 대구 `햇빛 치매어르신 주간보호센터'(남구 이천동)에서는 이름·나이·전화번호가 적힌 명찰을 단 이임례(78·가명) 할머니와 자원봉사자 권금희씨가 동문서답을 나누고 있었다. 봉사자·직원 등 4명이 치매 노인 6명과 색종이 접기 놀이를 하는 중. 동화 속 `색종이 여우'가 이날의 주제였다.
손놀림이 서툴고 색깔도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지만, 이 놀이를 하는 동안 노인들의 의식은 잠시나마 동심으로 돌아간 듯했다. "치매노인들은 감정의 기복이 심하지만 이젠 차츰 마음을 여는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고 권씨는 다행스러워했다.
2년 전 문을 연 이곳에서는 낮 동안 9명의 노인들이 생활한다고 했다.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30분쯤까지가 돌봐 주는 시간. 이 사이에 노인들은 건강체조, 원예활동, 놀이활동을 하고 물리치료 및 수지침 치료도 받는다. 남구는 물론 수성·달서구로부터도 이용 문의가 한달에 20~30건 접수될 정도. 같은 날 오후 2시쯤 대구 원대동 서구제일종합복지관 `청솔 어르신 주간보호센터'에선 `노들강변'을 부르는 노인들의 목소리가 넘쳐 흘렀다. 매주 화·목요일에 마련되는 노래 시간. 음정 박자는 각자 기분 내키는 대로였지만 신명 만큼은 `카수' 못잖았다.
구현정 간호사는 "노래 부르기가 치매 치료에 큰 효과를 내는 것 같다"고 했다.
노래 부르고 박수치다 보면 언어 치료 효과도 나타나고 정서도 안정시킨다는 것. 청솔에서는 중풍·치매노인을 포함한 19명이 낮 동안 지낸다고 했다. 대기자도 줄을 설 정도.
◇어떻게 보호하나?
젊은층의 맞벌이는 증가하는 반면 이들이 부양할 노령인구가 급증하고 치매가 큰 사회적 부담이 되면서 낮에나마 노인을 맡아 돌봐 주도록 제도화한 것이 주간 보호센터이다. 특히 생활이 어려운 저소득층에는 더 절실한 장치. 탁아소에 맞먹는 탁로소로 보면 될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관련 제도가 도입된 것은 1991년이었으나 역내 설립은 더 늦었다.
지역 첫 노인 주간보호센터는 경북 경우 1994년 11월에 설립된 운경재단 재가노인 복지센터(경산), 대구 경우 1997년 1월 문을 연 `대구노인주간보호소'(황금1동)이다.
대구에는 현재 중·동·서구·달서구 및 달성군에 각 1개, 수성구에 2개, 남구에 3개 있고, 보통 10∼15명씩을 맡을 수 있다. 경북에는 포항 2개, 구미 1개, 경주 2개, 안동 3개, 경산 1개, 영덕 1개 등이 있다.
기초생활 보장 대상자는 무료, 일반인은 하루 4천∼1만원의 이용료를 낸다.
이를 위해 중앙정부가 40%, 대구시가 60%를 부담해 올해 경우 센터 각각에 연간 6천50만원씩 지원한다.
이런 센터에서 노인들은 낮 동안 보호 외에도 △상담 △혈압 등 기본 건강 점검 △물리·한방치료 및 안마 △목욕 서비스 △미술·음악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매일신문 최병고기자 (2003. 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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