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대석 > 양로원 사업추진 곽예순 운경재단 이사장
"양로원 사업을 여생의 마지막 과제로 보고 추진하고 있습니다." 운경재단 창립 18주년을 맞아 최근 고향 청도에 경로회관을 기증한 곽예순 이사장(78)은 제대로 된 양로원을 하나 짓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5천평의 대지를 대구와 경산 경계지에 이미 물색해두었으며, 1만평의 땅을 추가로 확보하는데 고심중이라고 말했다.
"노인의 특성상 건강을 돌보기 위해서는 병원을 겸하지 않으면 경로회 관의 실익이 없겠더군요."
노인은 자꾸 쇠약해지고 갑작스런 자연사도 있기 때문에 병원시설과 돌 보는 간호사가 꼭 필요하다는 말이다.
아직 국내에서는 이런 운영의 예가 없으나, 곽 이사장이 둘러본 중국 일본 러시아의 경우 대부분 양로사업의 주체가 병원이었다고 말했다.
"병원간의 교류문제로 일년에 두번은 해외로 나가 견학과 지식을 얻습 니다. 고급화된 시설과 노인이용자 중심의 서비스체계가 우리랑 천지차이 란 걸 해외에 나갈때마다 느낍니다."
그가 본 바로는, 선진국의 양로원에서는 몸이 불편한 노인들이 누워 줄 만 당기면 의사 간호사를 즉각 부를 수 있었고, 복도 양쪽의 중앙을 크게 넓혀 휴게실로 쓰고 있는 점 등이 특이했다. 병원과 양로원이 따로 있는게 아니었고, 양로원은 호텔식 서비스와 시설이었다.
곽병원 원장이기도 한 곽 이사장은 시설면에서 선진국을 그대로 따르기 란 무리지만 서비스의 질만은 낮추고 싶지 않다.
"지난 3년간 일본의 자매병원에서 60명의 간호사들이 연수를 했습니다. 지금도 2~3명이 한달예정으로 머물고 있는데, 일본 간호사의 친절.봉사정 신을 배우고 있습니다."
대만 중국과 소련 등을 다녀봐도 일본 간호사의 정신자세 만큼 투철한 경우는 못봤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노인들은 돈이 많든 적든 노년을 맘 편하게 보낼 곳이 없어 유감이지요. 나 또한 이제는 눈이 어둡고 기억력도 크게 떨어진 마당에 큰 걱정입니다."
곽 이사장은 양로원을 세우게 되면 셋방조차 못얻는 노인들에겐 무료 이 용케 할 계획이다. 현재 양로사업의 추진에 제일큰 난관은 충분한 부지확 보다. 적당한 동업자가 나서 이 문제만 해결되면 직접 투자하는 사업으로 키울 예정이라며, 정부의 지원 등은 생각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
국내 유료양로원사업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데 대해서는 "무엇보다 정부보조가 부족하다" 고 지적했다.
"민간참여의 문을 연 복지사업이라면 부지확보의 애로점만큼은 행정지 원이 적극 필요합니다. 풍광 좋고 조용한 입지에다 시내교통의 편리함까지 덧붙인 장소는 찾기 힘들더군요."
자연히 대도시와 인접한 시골이 최적지인데 1만평 이상의 대지는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드물었다고 곽 이사장은 말했다. 대부분 산을 끼고있는 시설입지는 용도변경에서부터 사업시작의 좌절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실버산업으로서 유료양로원은 국민들의 이해도 필요하다. 노인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고 선입견을 가져 혐오시설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잘못이다.
"호주의 한곳을 들렀더니 양로원을 중심으로 한 마을을 새로 만들어놨 더군요. 주민들이 시설 옆에 집과 가게를 지어 노인들과 공생하는 모습이 었습니다."
농사가 주업이던 주민들이 양로원이 들어섬으로 해서 수입원이 더 늘어 나 살기가 나아졌다는 것. 양로원 주위에는 각종 생필품은 물론, 노인들이 손자들에게 부칠 선물을 파는 가게들이 즐비한 것을 보았다.
곽 이사장은 "양로원 운영자는 시설도 수용소처럼 꾸며서는 안된다" 고 말했다.
누가봐도 깨끗한 시설에서 노인들이 노년의 즐거움을 구가한다면, 이런 곳에서의 생활을 부러움으로 볼게 분명하다.
"한편으론 노인복지국가의 면모를 갖추는데 노인연금제의 역할이 큽니 다. 제도의 조기시행과 더불어 예산도 지금의 배이상 높여야 효과를 볼 것 입니다."
그래야만 노인들에게 실제 도움이 되며, '나도 조금만 노력하면 유료시 설의 서비스를 받게 된다' 는 가난한 노인들의 희망이 설 것이란 얘기이다.
"노인들이 공원에 모여 볼썽사납다는 시각만 가질게 아니고, 우리 모두 그들을 위한 따뜻한 공간 만들기에 주력해야 합니다."
영남일보. 김기태 기자 (1996년11월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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