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퇴직 노인도 취업대열에...(2001. 8.21)
초등학교 교장으로 재직하다 지난해 정년퇴임한 신모(66.대구시 달서구 두류동)씨는 요즘 일자리를 매일 수소문중이다. 건강보험증에 병원도장 한번 찍지 않을만큼 튼튼한 자신이 퇴직을 이유로 집에만 있는 것은 낭비라는 생각에서다. 자신의 교육 경력을 감안한 직종이라면 좋겠지만 "일자리만 있다면 어떤 일이라도 하겠다"는 자세다. 급속한 고령화 사회의 진행속에 '자기 일'을 갖고 싶어하는 노인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지 경제적 이유에서뿐만 아니라 '자기 정체성 확보'를 위해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노인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고 진단하고 노인취업장려를 위한 환경 조성이 절실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7월 개설한 정부 지원 노인복지단체 대구시니어클럽(운경재단 부설)이 50대 이상 실직자 및 명퇴자들을 대상으로 취업희망자를 모집한 결과, 한달만에 100여명이 신청했다.
시니어클럽에 따르면 이들 취업희망자 가운데 70%가량이 교장 또는 교감, 고위 공무원 출신이었고, 기업체 임원급 퇴직자도 다수 들어 있다.
또한 이들 희망자 중 절반 이상이 은퇴 연령으로 치부해 정부가 경로우대증을 지급하고 있는 65세 이상인 것으로 나타나 노인들의 경제활동 참여욕구가 강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시니어클럽은 이에 따라 주유소협회 대구지부와 협의, 노인취업 1단계 사업으로 주유원 취업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다.
대구시노인종합복지회관에도 노인 구직상담이 올들어 400여건에 이르러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가량 늘어났으며, 노인 구직자의 학.경력이 상향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대구시니어클럽 류우하(54)관장은 "정부가 최근에야 여가서비스 제공수준에 머물러있던 노인복지정책에 노인취업문제를 포함시켰지만 이마저도 '노인은 공경의 대상일 뿐'이라는 보수적 사고로부터의 비판에 직면해있다"며 "노인들을 채용하는 업체에 인센티브를 주는 등 정부의 지원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의 노인복지향상평가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5인이상 고용 사업장 가운데 60세 이상을 근로자로 채용하고 있는 곳은 전체의 2.9%에 불과하며, 1일 5천원 미만의 소득을 올리는 곳이 전체 노인공동작업장의 72.3%를 차지하고 있다.
매일신문 최경철기자(2001. 8.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