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물관' 조상의 숨결 가득...건들바우 박물관 등 봄이다. IMF한파속에서도 계절은 어김없이 가고 또 오는가 보다. 그러나 위축된 경제가 계절의 변화를 즐길만한 마음의 작은 여유마저 빼앗아 버린 것만 같다. 얼굴에선 미소가 사라진지 오래고 모두 심각한 모습이다. 이런때일수록 번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가족과 함께 가까운 곳이라도 다 녀온다면 마음의 평온을 찾을 수 있다. 더욱이 아이들의 공부에도 도움이 되고, 삶을 일궈가는 다른 이의 뜨거운 정열을 배울 수 있다면 IMF 시대에 금상첨화가 아닐까.
이같은 매력을 주는 곳이 사설박물관이다. 수십년동안 정열을 바친 한 개인의 정성이 가득 배어 있는데다 일반 박물관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볼거리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대구.경북지역에도 이같은 사설박물관이 대 여섯 곳이 있다.
* 건들바우 박물관
90년 운경재단(이사장 곽예순)이 세운 건들바우 박물관은 국내 최초의 무속(巫俗) 분야 전문 박물관으로 우리 민족의 정신문화의 뿌리였던 무속 신앙과 관련된 다양한 유물을 보여주고 있다.
마을신당, 가정신당, 민속불교, 점복과 주술, 조상숭배 등의 주제로 나 눠 5백여점의 유물을 선보인다. 1900년대까지 마을마다 세워져 주민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했던 동제당, 장승, 솟대, 벅수 등은 보는 이로 하여금 아 련한 기억을 되살리게 하고 있다. 경북 상주에 있던 동제당의 땅 밑에 파 묻혀 있다 발견된 철마(鐵馬)도 볼거리.
가정신앙에서는 집안 대청에 있다고 믿었던 성주신, 부엌의 조왕신, 장 독대 옆에서 집터를 관장하는 터주까리 등을 재현해 놓았다. 또 무당이 점 을 치거나 굿을 할 때 사용했던 방울, 신칼, 작두, 삼지창 등 30여종의 무 구(巫具)와 무복(巫服)도 수집해 놓았다.
절의 산신각에 걸려 있는 대부분의 산신도가 수염이 긴 노인이 호랑이에 기대앉은 모습인데 비해 계룡산 일대에서 수집한 이 박물관의 산신도는 할머니 모습이어서 이채롭다. 의약과 의료시설이 변변치 않던 얼마전까지 손자들이 누병이 나거나 토사가 심할때 할머니들이 시술했던 생활 속의 주술도 재현해 놓았다. 최근 대구시 삼덕동으로 박물관을 옮겼다. 개관시간 은 오전 10시~오후 5시. 입장료는 일반 1천원, 학생 5백원이다.
* 청도 농기구 박물관
건들바우 박물관에 이어 운경재단이 93년 경북 청도군 각남면 각남초등 학교에 세운 농기구박물관도 가족과 함께 둘러볼만 한 곳. 이 박물관에는 쟁기와 써레 등 땅을 가는 연장, 오줌장군과 새갓통, 삼태기 등 거름주는 연장, 씨앗망태와 다래끼, 씨오쟁이 등 씨를 뿌리거나 보존하는 연장,물을 대는 연장, 새끼꼬는 기계와 가마니틀 등 2백여점의 농기구를 전시하고 있다.
박물관 뜰에는 연자방아 등 대형유물도 전시하고 있다. 산업사회로 바뀌 면서 이제 추억의 한켠으로 비켜앉은 농사 도구들은 30~40대 이상의 중년 층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또 어린이들에게는 조상들의 땀과 슬기를 흙냄새와 함께 전해 줄 수 있어 좋은 교육 기회가 되기에 충분하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교무실을 찾아가면 교사의 안내로 관람이 가능하며 관람료는 무료.
이같은 농기구 관련 소규모 박물관으로는 89년 문을 연 대구시 달성군 가창면 용계리 냉천자연공원(대표 정원영.69)의 농경민속자료관도 볼만하다. 3백20종 7백여점의 유물을 선보이고있는 농경민속자료관은 정씨가 2년 여동안 전국을 돌며 수집한 것.
자갈밭을 가는데 쓰던 따비, 발로 밟아 물을 높은 곳으로 대는 무자위, 곡식의 낟알을 떠는 그네 등은 다른 곳에서 좀체 보기 힘들다. 또 청도역 앞에 마련된 민속문화관도 1백50점의 민속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20여명의 청도역 직원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이 문화관은 찾는 이들이 직접 디딜방 아를 찧어볼 수 있고, 물레를 돌려볼 수 있는 등 전시 위주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실제 체험을 해볼 수 있다는 것이 자랑거리.
최근 문을 연 대구시 남구 대덕문화전당도 주민들이 기증한 2백여점의 민속품을 전시하고 있다.
* 탈박물관
경북 안동시 풍천면 하회리에 하회동 탈박물관(관장 김동표.47)은 중요 무형문화재 제69호 하회별신굿 탈놀이 이수자인 김씨가 5억원의 사재를 털어 96년 문을 열었다.
2백40평의 전시장엔 황해도의 봉산탈, 강령탈, 은율탈, 서울을 중심으로 전래된 양주별산대놀이탈, 송파산대놀이탈, 영남지방의 동래야유탈, 수영 야유탈, 고성오광대탈, 안동의 하회탈, 영해별신굿탈, 영광농악잡색탈, 예 천청단놀음탈 등 우리나라의 각종 탈놀이에서 사용된 19종 2백여점의 탈과 아프리카, 파푸아뉴기니, 멕시코, 중국, 인도네시아 등 30여개국 2백여점 의 외국탈도 함께 선보이고 있다.
탈이 각 민족의 미의식과 민속신앙을 살펴볼 수 있는 주요 자료라는 점 은 이 박물관을 둘러 보면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탈이 목재를 비롯한 종이, 박바가지, 짐승의 털가죽, 거북등, 짐승뼈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만하다.
하회마을을 비롯해 주변의 병산서원, 봉정사 등을 둘러본 뒤 매주 일요 일 오후 2~3시(3~5월)에 공연되는 하회탈별신굿 탈놀이 공연 관람 시간에 맞춰 박물관을 찾으면 더욱 좋다.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이 가능하며 관람료는 어른 1천1백원, 어린이 6백60원.
* 경보화석박물관
경북 영덕군 남정면 원척리 경보휴게소에 들어선 화석박물관(관장 김미 현)은 강해중씨(57.포항시 북구 장성동)가 20여년동안 세계 20여개국을 돌 며 수집한 1천5백여점의 화석을 시대별, 지역별로 구분해 전시하고 있는 국내 유일의 화석전문박물관. 5억7천만년전의 고생대로부터 1만년전 신생대까지의 생물의 진화와 서식, 생활흔적, 이동경로 등을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가 가득하다. 강원도 태백시에서 발견된 삼엽충 표품과 포항시와 경주시 일대에서 수집된 어류 와 연체동물 화석의 표품 등은 우리 땅의 역사를 곱씹어 보게 한다.
또 결정체가 그대로 드러난 황철석, 침철석, 자수정, 천연진주, 다이아 몬드 등도 볼거리. 박물관측은 최근 '화석-화석으로 보는 지구의 역사' 라 는 책을 발간, 찾는 이의 자연사 공부에 도움을 주고 있다.
동해안을 끼고 있어 경관이 좋은데다 주변에 보경사, 법광사를 비롯해 각종 유적지도 있어 가족 나들이에 적격이다.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관람할 수 있으며 관람료는 어른 2천원, 어린이 1천원.
* 신라역사과학관
경북 경주시 하동 민속공예촌내에 있는 신라역사과학관(관장 석우일.57) 은 박물관과는 성격을 달리 하지만 첨성대, 석굴암, 물시계, 상원사종 등을 재현해 놓아 공부를 겸한 좋은 볼거리다.
토함산에 있는 석굴암의 일반인 입장이 통제되고 있는데다 석굴암을 둘러싼 다양한 학설의 과학적 고증을 위해 석씨가 88년 사재를 털어 설립한 이 과학관은 유홍준교수(영남대박물관장)이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극찬을 아끼지 않은 곳이다.
지하 전시실에서는 석굴암을 5분의 1, 10분의 1 크기로 축소한 8개의 모 형을 통해 일제의 잘못된 수리, 전실(前室)의 유무, 감로수와 결로현상 등 석굴암의 문제를 조명하고 있다.
천장에 천문도를 그려 놓은 1층 전시실에서는 복원한 신라시대 물시계와 함께 10분의 1 크기의 첨성대 모형과 혼상, 해시계를 재현해 신라시대의 천문기술을 실감있게 보여주고 있다. 또 신라 왕경도, 경주남산 유적복원 도, 선덕여왕 초상화 등도 볼거리이다. 관람료는 어른 1천5백원, 어린이 7백~1천원.
영남일보 남윤호 기자 (1998년 3월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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